6조 원의 매도 폭탄과 8700선의 사수
6월 4일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 공세 속에서도 8700선을 사수하는 치열한 방어전을 펼쳤습니다. 이날 오후 1시 4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5% 내린 8708.96을 기록했는데요. 장중에는 8623선까지 밀렸다가 8700선을 회복하며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외국인은 단숨에 6조 3458억 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강하게 짓눌렀지만, 개인과 기관이 각각 5조 원대와 1조 원대의 매수세로 맞서며 지수 하락 폭을 제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에 힘입어 2% 넘게 상승하며 코스피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는 겁니다.
19일 연속 '팔자'의 이면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미 19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순매도액은 109조 5688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를 훌씬 넘는 역대급 규모입니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한국 증시 강세로 비중이 높아진 해외 펀드의 기계적 리밸런싱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주식 비중이 늘어난 포트폴리오를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도라는 설명입니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유출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30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개장 환율을 기록했는데,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이 금리차나 경상수지보다 외국인 주식 매매와 같은 자본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매도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외국인 보유 비율이 오히려 40.56%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향하고 있으니,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가 평가액 증가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고환율과 지정학 리스크가 덮친 증시
시장을 누르는 건 순전히 외국인 매도만은 아닙니다. 뉴욕증시 하락의 여파와 더불어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소식이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반도체 장비주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 내 온도 차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원익IPS는 30% 급등하는 등 중소형 반도체주들의 랠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분간 외국인의 리밸런싱 매도 물량과 달러 강세는 국내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다만 개인과 기관의 매수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8700선은 일단 안정권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외 변수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방어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