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 공간 덮친 무색무취 가스
2026년 9월 15일 오전 8시 30분쯤, 부산 감천항 수리조선소에 정박 중이던 769톤급 러시아 원양 어선에서 냉매 가스가 누출됐습니다. 출항을 앞두고 선박을 점검하던 러시아 선원 한 명이 갑자기 쓰러졌고, 이를 구하러 들어간 동료들이 잇따라 의식을 잃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이 사고로 선장과 선원 등 러시아 국적자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은 이송 당시 심정지 상태였지만 다행히 병원에서 호흡을 되찾았고, 나머지 선원들은 어지럼증 등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구조하려다 키운 피해
사고 원인은 생선 보관창고에서 새어 나온 프레온 가스로 추정됩니다. 프레온 가스는 색깔과 냄새가 거의 없고 공기보다 무거워 밀폐 공간 아래쪽에 고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산소 결핍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탓에 작업자들이 순식간에 쓰러진 겁니다.
문제는 뒤이은 구조 과정이었습니다.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 추가로 진입한 선원 3명이 연달아 쓰러졌고, 입구 주변에 있던 선원까지 호흡 곤란을 호소했습니다. 현행법상 밀폐 공간 작업 시 유해 가스 농도 측정과 호흡용 보호구 착용이 필수지만, 작업자와 구조자 모두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잇따른 해상 사고, 남은 과제
같은 날 경남 통영 해상에서는 5.4톤급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구조 작업이 이뤄지면서 70세 선원을 포함한 6명이 구조됐고, 해경은 정확한 전복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해경과 소방 당국은 감천항 사고에 대해서도 가스 누출 경로와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무색무취 가스의 특성상 사전 점검과 보호 장비 착용이 사실상 유일한 예방책이라는 점에서, 현장 안전 관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이번 조사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