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글로벌 AI 심리 가늠자로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한국 증시가 글로벌 AI 투자 심리를 읽는 핵심 선행지표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과거 주변부 시장으로 취급받던 코스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필수 확인 대상으로 떠오른 겁니다. 런던, 뉴욕, 도쿄의 펀드매니저들은 장 시작 전 코스피 차트를 살펴보고, 한국 시장이 마감하면 뉴욕의 SK하이닉스 ADR과 관련 ETF로 관심을 이어갑니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다 매니저는 매일 아침 한국 증시를 통해 AI 투자 심리를 파악한다고 말할 정도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가 굳어졌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코스피와 나스닥100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직전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에 달합니다. HSBC, JP모건 등 주요 금융사도 한국 시장을 핵심 논의 사안으로 다루고 있어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도체주식 조정과 변동성 확대
그런데 위상이 커진 만큼 변동성도 극심해졌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급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고, 코스피는 한 달 새 23% 빠지며 주요국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한 달 사이 40%, 삼성전자는 31% 넘게 추락했습니다.
배경에는 CAPEX 둔화 우려가 있습니다. UBS는 주요 4개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 지출 증가율이 올해 76%에서 2027년 25%, 2028년 6%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OECD 경기선행지수 둔화와 외국인 수급 불안이 겹치며 반도체주에 매물이 쏟아졌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설문에서 응답자 82%가 반도체를 가장 과열된 종목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신규 상장 잠정 중단과 예탁금 3000만 원 상향 등을 담은 1차 보완책을 내놓았고, 파생상품 활용 등 추가 대책도 검토 중입니다.
변동성 장세의 생존 전략
급락장에서는 투자자별 손익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퇴직연금으로 반도체 ETF에 투자한 56월 가입자들은 -20%대 손실을 안고 있지만, 3월 진입자들은 여전히 3050% 수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레버리지를 피하고 일정 현금을 확보하면서, 수익 발생 시 일부를 매도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성상현 중소기업중앙회 투자전략실 부부장은 "반도체가 흔들려도 AI는 안 멈춘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2028년까지 늘어나는 만큼 AI 인프라 투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말입니다. 다만 이번 사이클은 변동성을 안고 가는 국면인 만큼, 7월 말 시작되는 미국 빅테크 실적에서 투자 확대 기조가 확인되는지가 시장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