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선 신중한 선택
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7차례 연속 동결했습니다. 이창용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회의였는데요, 결정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진, 이른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겁니다. 금통위는 중동 사태의 추이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예상된 흐름이어서 환율에 큰 변동을 주지 않았고, 달러-원 환율은 1,480원 선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지막 자리에서 드러낸 아쉬움과 교훈
퇴임을 앞둔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두 가지 발언을 가장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나는 지난해 ‘서학개미 쿨하다’고 표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정책기조 전환’을 언급한 것이었는데요. 후자의 경우 시장이 ‘금리 인상’으로 오해해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총재는 자신의 의도는 ‘인하 기조에서 동결로의 전환’이었으나, 신중하지 못한 표현이 문제였다고 반성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방향으로 인해 환율이 다시 오른 상태에서 자리를 물러나는 점을 가장 아쉽게 여겼습니다. 2월 말 환율이 잠시 안정됐을 때를 기억하며, 중동 사태 발발로 상황이 반전된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동결 기조 유지될까, 인상 논의 불붙을까
증권가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결정이 신중하고 중립적인 스탠스를 반영했다고 평가합니다. 당장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동결은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데요. 현재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고환율과 공급 충격 발 물가 상승 우려에도 금리 인상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판단입니다. 한은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경기 보완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감안해, 통화정책이 재정 정책을 보완하는 형태의 정책 조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선은 이제 차기 총재의 정책 방향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하반기에는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논의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