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이 사람이 된 날, 국중박 분장놀이가 던진 질문

YY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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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수정 · 2026년 9월 23일 오후 7:32

발행: 2026년 9월 23일 오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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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전국 단위로 처음 연 2026 국중박 분장놀이 결선에 275팀, 643명이 참가했습니다. 백자 잉어모양 연적을 재현한 전은슬씨가 화제가 됐고, 유물을 몸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전통문화 체험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물이 사람이 된 날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9월 19일 2026 국중박 분장놀이 결선을 열었습니다. 전국 단위로 처음 열린 이번 행사에는 275팀, 643명이 참가했는데요. 참가자들은 직접 유물처럼 분장하고, 저마다의 해석을 담아 무대에 올랐습니다. 웃음과 기발함, 때로는 황당함까지 섞인 분장이 이어지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죠. 행사 현장은 영상으로도 공개돼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작은 잉어가 만든 큰 웃음

가장 화제가 된 건 전은슬씨가 재현한 백자 잉어모양 연적입니다. 19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이 연적은 벼루에 물을 담아 쓰던 도구인데요. 실물 크기는 높이 9.4㎝, 길이 10.6㎝에 불과합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기증한 컬렉션에 속한 유물이기도 하죠.

전씨는 머리와 팔다리를 파란색으로, 몸통은 흰색으로 감싸고 비늘을 그려 넣었습니다. 바닥에 누워 발끝으로 꼬리를 표현하고, 입은 잉어 모양을 유지한 채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는데요. 박물관 측은 그가 오른팔에 파란 물결을 그려 잉어가 물결을 타고 뛰어오르는 순간을 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통이 젊은 세대를 만날 때

이번 대회의 의미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섭니다. 유물을 눈으로만 보는 대신 몸으로 직접 해석해 보는 과정에서, 전통문화는 관람 대상이 아니라 놀이의 재료가 됐습니다. 물고기가 용으로 변한다는 옛이야기처럼,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유물에 새 이야기를 입혔습니다.

전씨는 수상 뒤 "평소에 뭘 잘하는지 몰라 취업준비생으로 지냈는데, 대회에서 상을 받아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박물관이 던진 이 실험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런 시도가 다른 문화 기관에도 번질지 지켜볼 만한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