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독보적이었던 원화의 흐름
원화 가치가 이달 들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며 다른 통화들과 확연히 차별화됐는데요. 하지만 20일 들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80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엇갈린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환율이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0조 원 달러 공급이 만든 강세의 밑바탕
최근 원화 강세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 상장입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2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달러 공급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원화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인상한 점도 원화 가치를 뒷받침했습니다.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동결 기대감이 커진 점도 달러 약세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며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1478.5원까지 떨어져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환율 하단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중동 리스크와 반도체 조정,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원화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는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고, 달러인덱스는 100.8선까지 오르며 달러 강세가 뚜렷해졌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AI 반도체 종목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기술주에 대한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된 점도 국내 증시 외국인 매도와 원화 약세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고 있고, SK하이닉스 ADR 관련 환전 수요 등 달러 공급 확대 신호가 명확해 다른 아시아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의 약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원·달러 환율은 강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금리 정책과 중동 정세, 반도체 업황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서인데요. 중동 리스크가 환율 상승을 견인할 수 있지만, 이달 원화 강세를 이끈 구조적 요인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