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꺼낸 속도조절론
2026년 9월,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속도조절론이 빅테크에서 나왔습니다.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가 주도했고,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지지했습니다. 자율 인공지능이 스스로 성능을 높이며 안전장치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입니다.
제안은 세 단계입니다. 앤트로픽의 안전 평가와 위험 예방, 업계 공통 안전 기준 마련, 국경을 넘는 국제 협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속도만 조절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경쟁을 잠시 멈추려는 전략이거나 규제로 후발주자를 따돌리려는 의도가 섞였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편향과 프라이버시 침해 같은 현실 위험보다 인류 위협을 앞세운다는 지적도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20개국 선언과 빠진 미중
핀란드와 노르웨이 주도로 독일, 캐나다, 호주 등 20개국이 인공지능을 인간 통제 아래 두는 국제 감독체제 구축을 선언했습니다. 의료와 에너지, 물류에서의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관리되지 않는 급속한 발전이 안전과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두 나라가 빠지면서 글로벌 합의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같은 날 오픈AI는 미국이 차세대 인공지능 국제표준 수립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기술력과 국제 영향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표준 경쟁의 진짜 쟁점
오픈AI는 연구 자동화가 가속화되면 재귀적 자기개선이 늘어 인간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자동화 수준과 인간 개입 시점, 사고 보고 절차를 담은 표준도 제안했습니다. 미국 인공지능 표준혁신센터와 한국,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케냐, 일본, 싱가포르, 인도, 영국 등 10개국 안전연구소가 성능 평가와 위험 관리 기준을 마련하되, 법과 제도 적용은 각국 정부에 맡긴다는 구상입니다.
결국 쟁점은 인공지능 경쟁이 모델 성능을 넘어 어떤 기준 아래 도입되고 확산될 것인가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위험 정의만으로는 진정성을 얻기 어렵습니다. 유엔이 2026년 2월 출범시킨 인공지능 위험 관리 독립 패널처럼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미중은 9월 24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과 무역을 논의합니다. 속도조절론과 국제표준 경쟁이 실제 위험 관리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