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에서 사라진 성소수자, 교육부의 선택은?
학교 안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가이드북이 오히려 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조롱' 사건 등 학교 내 혐오 사태에 대응하고자 기획된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서 성소수자 관련 핵심 용어와 정의가 대거 삭제된 것인데요. 교육부는 일부 교육청의 민원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국가기관의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혐오를 막겠다는 가이드북에서 정작 취약 집단에 대한 설명이 사라진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원이 두려워" 삭제된 단어들, 절차적 논란도 터져
삭제된 내용은 구체적입니다. 혐오와 차별의 정의에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제외되었고, '성소수자', '커밍아웃', '아우팅' 같은 용어 설명도 빠졌습니다. 교육부는 현장의 수용성을 이유로 내세웠는데요,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 검토위원 7명 중 6명이 성소수자 내용 포함을 강력히 권고한 사실은 뒤로 넘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분노한 일부 검토위원들은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절차적 문제도 지적됩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물을 때 공식 공문이 아닌 이메일을 썼고, 회신 기한을 다음 날까지로 촉박하게 정했습니다. 게다가 특정 표현의 포함 여부만 찬반으로 물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비대등한 관계 속에서 답변이 유도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러한 행태가 과거 2007년 법무부 차별금지법안이나 2022년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표현이 삭제된 전례와 맥을 같이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복원 나서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서울시교육청은 삭제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복원하는 수정안을 내부 검토 중입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에 수정을 요구했으며, 만약 반영되지 않을 경우 별도의 가이드북을 제작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독자적인 가이드북을 만들겠다는 카드를 꺼내며, 교육부의 안을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13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장관의 공식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는 등 이번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학교 현장의 실정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하는데요, 2025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71.1%가 교사로부터, 87.0%가 또래 학생으로부터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집단을 지침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가의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추가 의견 수렴 뒤 가이드북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 안 혐오 문제를 풀어갈 실질적인 대책이 얼마나 마련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