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사라진 8조원
지난달 29일 밤, 아부다비의 바이낸스 보안팀 모니터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거래소 내부 지갑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무단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는데요. 경영진이 100명 규모의 위기대응팀을 소집했지만, 20분 만에 피해액은 6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최종 피해는 63억 달러, 우리 돈 약 8조4000억 원으로 거래소 해킹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침입 경로로는 개발과 운영을 맡은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먼저 뚫렸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금고 열쇠를 훔친 게 아니라 정상 송금 승인 체계를 장악해, 시스템 스스로 범인 계좌로 돈을 보내게 만든 셈입니다. 다만 바이낸스는 추가 침해 지점도 확인했다며 정확한 경로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FBI의 첫 공식 확인
미 연방수사국 FBI는 배후로 북한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습니다. 민간 업체들이 먼저 지목한 뒤 미국 정부기관이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FBI는 탈취 자산이 주로 이더리움으로 바뀌고 있으며, 탈중앙화 금융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거쳐 추가 세탁이 이뤄질 것으로 봤습니다. 관련 지갑 주소도 공개하며 거래 차단을 요청했습니다.
동결전도 빨랐습니다. 테더와 서클이 의심 지갑을 차단하며 약 30억 달러가 묶였습니다. 반대로 해커들은 동결이 되지 않는 자산으로 갈아탔습니다.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6000만 달러를 대출 플랫폼 아베에 담보로 맡기고 이더리움 약 2만 개를 빌려 도주했고, 결국 24억 달러 상당은 추적망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바이낸스는 사내 자금과 이용자보호기금을 투입해 피해액의 90%를 다시 채웠고, 상위 10개 자산은 100% 준비금을 확보했습니다. 중단했던 출금 서비스도 순차 재개됩니다.
트럼프의 발언, 그리고 다음 변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배후가) 북한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나 보복 수단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FBI 발표 직후 나온 발언이라 향후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습니다. 비트코인은 4주 연속 하락해 7만6000달러대까지 밀렸고, 미국 현물 ETF에서도 10월 내내 순유출이 이어졌습니다. 스트라이브의 맷 콜 CEO는 이번 사건을 은행 강도에 비유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의 결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번 주 미국 중간선거도 변수입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디지털자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그레이스케일은 초당적 지지와 기관 참여 확대를 근거로 장기 성장 흐름이 훼손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