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탈락 후에도 멈추지 않는 논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는 그라운드 밖에서 더 큰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홍명보 전 감독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귀국 길에 이어진 팬들의 거센 항의와 살해 협박은 그를 결국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스페인 매체들은 그가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변 보호를 위해 출국했다고 전했는데요, 국내에서는 이를 두고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인신 공격을 넘어선 위협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감독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지점에 있습니다. 탈락 닷새 만에 나온 대한축구협회의 사과문은 구체적인 책임 소재나 쇄신 방안 없이 표면적인 반성에 그쳤고, 오히려 외부의 개입을 경계하는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를 두고 협회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꼼수라며, 스스로를 바꿀 힘과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해외에서 바라본 한국 축구의 민낯
이번 사태는 해외 언론의 눈길도 끌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을 가장 실망스러운 팀으로 꼽으며, 장기적인 비전과 투지로 32강에 진출한 일본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홍 전 감독을 옹호하며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내놓았고, 일본 내에서는 홍 전 감독의 인품과 지도력을 높이 사는 J리그 구단들의 러브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 상황을 조명한 건 우리만은 아닙니다. 중국 매체가 한국 축구를 비판하자 영국 BBC는 중국 축구가 정치적 간섭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체의 원인을 꼬집었습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매체도 한국 사회의 거친 후폭풍에 주목하며, 한때 국민적 영웅이었던 인물이 겪어야 했던 극단적 상황에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쇄신 없이 반복되는 사과문
문제는 이런 위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신속 처리를 권고받고도 9개월이나 방치되다가 최근에야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사 지연을 넘어, 축구계를 둘러싼 불투명한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협회는 정부 주도 혁신위원회 출범일에 맞춰 사과문을 내놓으며 기존의 간선제 선거와 전력강화위 시스템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팬들과 국민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원론적인 사과가 아니라,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입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가 진짜로 마주해야 할 시험은 이제부터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