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관문마저 후티 세력에 넘어가면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의 전략 요충지를 연이어 장악하면서 한국의 원유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모카를 점령한 데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 내 페림섬과 맞은편 두밥까지 확보했는데요. 페림섬은 폭 약 28km에 불과한 이 해협에서 물길을 둘로 나누는 지정학적 요충지입니다. 이곳이 후티 세력에 들어간 순간,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차질을 피해 활용해오던 대체 항로마저 사실상 위기에 놓인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 봉쇄 이후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송유관으로 홍해 연안 얀부까지 보내 아시아로 수출하는 체계를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송유관마저 공격을 받아 임시 중단되면서 공급망은 더욱 취약해졌습니다. 한국 정유사들은 얀부항에서 원유를 싣고 홍해를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항로에 크게 의존해왔는데, 이제는 이 루트의 남쪽 관문이 막힌 형국입니다.
이제 선택지는 초장거리 우회로뿐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선박들은 북쪽의 수에즈운하나 이집트 수메드 송유관을 거쳐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초장거리 항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케이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얀부에서 한국까지 원래 해협을 통과하면 약 24일이 걸리지만,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 약 54일까지 운송 기간이 늘어납니다. 운송일수가 두 배 이상 길어지는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용선료와 전쟁위험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복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데다, 위험 구역을 회피하는 대신 긴 항해에 따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정유사들은 원유 도착 지연에 대비해서 재고를 더 넉넉하게 확보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되었고, 이는 결국 수요자에게 전달되는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동 리스크는 이제 에너지 안보의 본 문제
이번 홍해 위협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눈을 돌렸지만, 거기서도 후티 반군의 움직임에 막힌 상황입니다. 사실 중동의 양대 해상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형국이 만들어진 건데요,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매우 심각한 안보 과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를 언급하며 이란과의 군사 대립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중동 긴장은 정치적으로도 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원유 수송로 문제는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까지 키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원유 조달 다변화와 전략 비축 강화를 넘어, 중동 해상 안보 리스크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