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다시 좁아진 물길
미국 해군이 지난 14일 이란 항구 봉쇄를 공식적으로 재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급감했습니다. 하루 평균 130여 척이 오가던 해협은 봉쇄 재개 첫날 겨우 13척만 통과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제재 대상 선박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봉쇄선을 뚫으려던 상업용 선박 2척을 회항시키고 명령에 불응한 선박 1척까지 무력화하는 등 통제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렌트 원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고, 미국 내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해 33%나 오른 수준입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양측이 완전한 폐쇄를 원하지 않지만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긴장 장기화를 전망했습니다.
엿새째 이어지는 공습과 보복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군사 역량을 약화시킨다는 목표로 6일 연속 야간 공습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공습 대상은 기존 해안가에서 벗어나 테헤란 외곽과 내륙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아바즈와 부셰르, 반다르아바스 등 이란 남부와 남서부 주요 도시에서는 연쇄 폭발음이 이어졌고, 케슘섬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도 집중 타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란은 미국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란은 쿠웨이트와 이라크 해역을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맞서고 있으며, 미국의 민간 인프라 공격 시 중동 전역의 인프라를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쿠웨이트는 자국 영공으로 진입한 드론 32대를 요격했고, 이라크 바스라 항 인근에서는 화물선이 공격받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트럼프의 짧은 이란 언급과 국내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는 와중에 대국민 연설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란 전쟁에 대한 언급은 곧 큰 승리의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한 줄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연설의 상당 부분은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에 할애되었고, 이를 생중계하지 않은 방송사들의 면허 박탈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위협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전쟁에서 과거 이라크전 때보다 브리핑 횟수를 대폭 줄이며 구체적인 군사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이란은 미국인 수감자 석방 주장을 공식 부인하며 대화 채널은 있지만 팽팽한 긴장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상당 부분 이미 방출된 상태라 추가 유가 충격을 막을 완충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양측의 힘겨루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