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에 발급된 1,400장의 거짓말
서울 구로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40대 한의사가 예비군 훈련을 피하려는 청년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대량으로 판매하다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이 한의사는 약 2년 반 동안 300명에게 총 1,430장의 가짜 진단서를 발급했는데요. 장당 3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대면 진료 없이 전화나 문자만으로 진단서를 만들어주면서 총 4,200만 원가량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한의사뿐만 아니라 허위 진단서를 구매해 훈련을 회피한 예비군 대원 300명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이 연기한 훈련은 총 1,984회에 달하며, 단 한 번의 훈련도 받지 않고 복무를 마친 사람까지 있었죠. 사실 이 사건은 특정 병원의 진단서가 반복적으로 제출된 점을 수상히 여긴 예비군 동대장의 신고로 적발되었습니다.
"무릎으로 할까요" 적극적인 영업 수법
이 한의사의 수법은 상당히 조직적이었습니다. 환자가 전화나 문자로 연락하면 대면 진료 없이 곧바로 진단서를 작성했는데요. 진료기록부까지 허위로 꾸며 요추 및 골반 염좌 등 전치 3주가 필요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단순히 서류만 판매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한의사는 "이번에는 무릎이 아픈 것으로 하자"며 병명을 제시하거나, 내년에는 무료로 발급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단골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고객 관리를 해왔습니다. 또한 예비군 앱에 진단서 사진을 올려 연기 신청을 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동대에 직접 팩스로 제출하기도 했죠. 이처럼 범행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점은 검찰이 구속 기소를 결정한 중요한 이유입니다.
8년차 면제를 노린 제도의 허술한 관리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예비군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는 점입니다. 예비군은 8년 차까지 훈련을 연기하면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되는데요. 일부 대원들은 이 점을 노려 8년 내내 허위 진단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훈련 한 번 없이 복무 기간을 종료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런 식으로 복무를 마친 사람은 95명에 달했으며, 한 사람은 최대 20번 넘게 진단서를 받아 가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성실히 훈련에 참석한 예비군 대원들에게는 큰 박탈감을 주는 일입니다. 검찰은 훈련 연기 횟수가 많거나 동종 전과가 있는 15명은 정식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285명은 약식 기소하는 등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개인의 양심 문제를 넘어 예비군 훈련 제도의 관리 허술함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허위 진단서를 통한 훈련 회피가 재발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방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