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방화가 남긴 상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한 두 건물에 잇따라 불이 났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 신명빌딩 3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7분 뒤 한양빌딩 4층으로 번졌는데요. 이 사고로 19명이 다쳤고, 30대 여성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가 병원에서 맥박을 되찾았습니다. 두 건물에 연이어 불이 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일찍부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현장에는 인화물질을 담은 통을 든 남성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은 서울 지역 경찰서를 동원해 추적에 나섰고, 범행 약 4시간 만에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70대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A씨는 범행을 대체로 시인하면서 “특허법인에 사기를 당해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왜 특허법인을 노렸나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나흘 전인 16일 집 근처에서 플라스틱 말통과 라이터, 인화물질을 미리 구입했습니다. 당일에는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해 두 건물에 잇따라 불을 질렀습니다. 사전 준비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계획 범행 가능성과 함께 정확한 동기를 살피고 있습니다.
A씨의 불만은 특허등록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2019년과 2020년에 운동기구 관련 디자인을 등록했고, 해당 특허법인들이 허위 등록증을 발급해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실제로 2022년에도 같은 사무실에 휘발유를 뿌리며 직원을 위협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법원은 그가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을 다시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판결문에 적었지만, 출소 뒤 다시 같은 건물을 노린 겁니다.
경찰은 A씨가 과거와 같은 사기 주장을 되풀이한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복 혐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는 가운데, 2차 합동 감식에서는 발화 지점과 인화성 물질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반복된 범행 전력이 확인된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이 함께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반복되는 개인 원한 범죄
이번 사건은 개인이 품은 원한이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방화가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인지적 만족감과 중독성 때문에 재범 위험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대검찰청 통계에서도 방화범의 16.3%가 정신장애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특허법인 등 민원 창구는 강한 불만을 품은 사람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흉기나 인화물질을 사용하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대로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심리 진단과 출소 후 치료, 현장 안전 대책을 함께 설계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