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이 아니라 ‘복제’에 가까운 수법
국내에서 상품 디자인을 무단 모방한 혐의로 처음으로 구속 기소된 사례가 나왔습니다. 유명 K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선글라스와 안경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대량 유통한 A사 대표 ㄱ씨(38세)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겁니다. 3년여 동안 51종에 달하는 제품을 모방해 32만 점 이상을 판매했고, 그 판매액만 123억 원에 이릅니다. 기술경찰의 조사 결과, 이 모방 상품들 중 상당수는 원본과 95% 이상, 일부는 99% 이상 일치하는 ‘데드카피’로 확인됐습니다. 쉽게 말해 스캔해서 복제한 수준에 가까운 것이죠.
특이한 점은 ㄱ씨에게 아이웨어 디자인 개발 경력이 전무했다는 겁니다. 그는 젠틀몬스터의 인기 제품을 직접 촬영해 해외 제조업체에 보내 그대로 만들어 오도록 의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별도의 연구 개발 투자 없이 타사의 성과를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매출을 급증시킨 셈입니다. 반면, 피해를 입은 젠틀몬스터 측은 각 제품 개발에 1년 이상의 기간과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왔습니다. 이번 사건은 창의적 노력과 투자를 생략한 채 타인 성과만 가져가는 행위가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법의 틈새를 메운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이번에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법적 장치의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을 무단 모방하는 행위에 명확한 형사 처벌 근거가 미비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품의 형태 모방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이 개정법이 적용된 첫 번째 구속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수사를 통해 A사의 범죄 수익으로 추정되는 78억 원을 추징보전하는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또한, 아직 유통되지 않은 약 15만 점의 모방 상품을 확보해 추가 피해를 차단했습니다. 당국은 패션 업계처럼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품이 많다는 특수성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창작물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관련 업체 블루엘리펀트는 ‘안경 업계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박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 브랜드의 강경 대응과 업계의 미래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젠틀몬스터는 이번 사건을 ‘창작과 공정 경쟁 보호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습니다. 회사 측은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디자인 모방 행위에 대해 적극적이고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미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인데요. 향후 수년간 디자인 관련 소송 비용으로 50억 원 이상을 책정하고, 13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성공한 K-브랜드의 한 축으로, 그 가치는 독창적인 디자인에서 나옵니다. 이런 브랜드의 가치가 무분별한 모방으로 훼손된다면, 궁극적으로 한국 패션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죠. 이번 첫 구속 사례가 향후 유사 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이 될지, 또 창의적인 중소 브랜드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