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닫힌 뒤에도 ETF를 산다는 것
2024년 7월, 국내 ETF 시장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순자산 총액이 한 달 만에 512조 4,080억 원에서 434조 6,150억 원으로 15.2% 급감하며 400조 원 선이 무너졌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제 여파로 관련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0조 7,305억 원에서 1조 6,991억 원으로 무려 84%나 폭락했습니다. 바로 이 같은 위축 국면 속에서 한국거래소(KRX)는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ETF를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 도입을 강행했는데요. 시장이 숨 가쁜 상황인데 왜 굳이 지금 서둘러야 했는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거래소가 서두르는 이유
사실 KRX의 선택에는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 ETF까지 취급하기 시작하면 투자자 유출이 우려되었죠. 여기에 가상자산 거래소는 24시간 운영되고 있고, 미국 나스닥도 23시간 거래 승인을 앞두는 등 글로벌 시장의 거래 시간 확대는 이미 가속화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토큰증권 시대가 열리면서 즉시 결제와 24시간 거래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죠. KRX는 이런 흐름을 놓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해 이용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당연히 넥스트레이드나 해외 거래소에 투자자가 빨려 나가기 전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숨 가쁜 출발과 남은 과제
반대로 자산운용업계는 시스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문을 연다며 걱정을 내비쳤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추정순자산가치, 이른바 iNAV 때문인데요. 장 중에는 iNAV가 실시간으로 공개돼 ETF의 적정 가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장 마감 후에는 이 데이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거래가와 순자산가치의 차이인 괴리율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거죠. KRX는 유동성공급자(LP)가 직접 적정 가격을 산정해 호가를 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이에 따른 추가 비용과 시스템 부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KRX도 리스크를 어느 정도 인식한 듯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애프터마켓 거래 대상에서 제외했는데요. 이는 변동성이 큰 상품에서의 투자자 보호 문제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입니다.
애프터마켓 ETF 거래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거래 시간 확대라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는 취지는 분명한 반면, iNAV 공개 방식 개선과 괴리율 관리 등 세부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앞으로 거래소와 업계가 어떤 해법을 만들어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