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6천억 규모의 판돈
충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점으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을 적발했습니다. 경찰은 국내 총책과 조직원, 대포통장 유통책, 고액 도박자 등 8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 송치했는데요.
이들이 2022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용한 계좌 316개의 거래 319만 건을 분석해 보니 도박 자금 규모는 2조6680억원에 달했습니다. 스포츠토토와 바카라, 슬롯머신 등 9개 사이트가 동원된 대형 범행입니다. 2016년부터 운영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기업처럼 움직인 조직
조직은 2016년 말레이시아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UAE와 말레이시아, 국내에 각각 총책을 두는 3각 지휘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총책 아래 실장과 팀장, 팀원을 두고 충전과 환전, 고객상담, 개발팀을 나눠 운영했는데요.
대학교수와 대기업, 해외 플랫폼 기업 출신 인력을 수억 원대 연봉으로 영입할 만큼 기업형 구조를 갖췄습니다. 이들은 국내 게임회사를 세워 도박사이트용 게임 엔진을 개발해 팔았고, 필리핀에서는 카지노 사업까지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범죄수익 1637억원 가운데 일부는 전세기와 카타르 월드컵 스카이박스 관람, 고가 시계 선물 등 호화생활에 쓰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총책은 현지에서 납치돼 몸값을 요구받은 뒤 구조됐고,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로 확인돼 검거됐습니다.
남은 추적과 환수
경찰은 지난해 7월 다른 사건 수사 중 조직원의 계좌를 포착하면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국제 공조를 통해 해외 체류 조직원 10명을 검거해 8명을 국내로 송환했고, UAE와 말레이시아 총책은 현지 구금 상태에서 강제 송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범죄수익 619억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와 추징보전을 신청해 현재까지 81억원이 인용됐습니다. 말레이시아에 남은 조직원 21명은 적색수배로 추적 중입니다.
한편 광주지방공소청은 불법 도박자금 271억원을 세탁한 일당을 기소하면서 경찰의 위법 구금을 확인해 피의자 한 명을 석방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도박 조직의 자금줄을 끊는 수사와 함께 절차적 적법성도 점검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