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과 주가의 역설
삼성전자가 2026년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기술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매출도 195조원에 달했는데요. 하지만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오히려 2.42% 하락한 26만2000원에 마감했고,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졌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인 겁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46%까지 떨어지며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공급 확대 가능성, AI 칩 수요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외국인, 메모리 팔고 소부장 담았다
올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섰는데요.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달합니다. 이달 들어서만 SK하이닉스 7조4417억원, 삼성전자 3조1536억원이 순매도됐습니다. 외국인 자금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빠져나가 소부장 기업으로 이동하는 투자 지형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겁니다.
실적 성장세 둔화도 매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삼성전자의 EPS 증가율은 올해 593.6%에서 내년 40.6%로, SK하이닉스는 501.4%에서 24.5%로 크게 낮아질 전망입니다. 반면 외국인은 주성엔지니어링, 고영, 이수페타시스 등 소부장 기업을 순매수하며 AI 수혜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의 PER은 주성엔지니어링 112.7배, 이오테크닉스 38.1배로 높아 밸류에이션 부담도 존재합니다.
저평가 매력과 불확실성 사이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월 이후 W자 반등 과정을 거쳐 두 번째 바닥을 찍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4.1배, 3.9배로 엔비디아의 17배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조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외 매수한 점도 저평가 인식을 뒷받침합니다. KB증권은 두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이 내년 94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이탈이 지속될 경우 보릿고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완화된 뒤에도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