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강남 덮친 연쇄 방화
지난 20일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 3층과 한양빌딩 4층 특허법인 사무실에 잇따라 불이 붙었습니다. 두 건물의 엘리베이터 앞과 출입구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러 19명이 다쳤고, 변리사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습니다. 피해 사무실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70대 이모 씨를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구속 여부는 심사 결과에 따라 이날 밤 결정될 전망입니다.
“사기 당했다”는 주장과 드러난 정황
이 씨는 특허법인이 자신을 속였다며 범행을 정당화했습니다. 특허 등록 후 종이 등록증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 사기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그의 디자인권이 정상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그는 2022년에도 같은 사무실에 휘발유를 뿌리며 협박해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고, 출소 뒤 특허법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범행 전 플라스틱 통을 사고 휘발유를 준비한 정황과 현장 CCTV, 버려진 범행 도구 등을 확보했습니다. 또 휴대전화 해지와 집 계약 종료 통보를 도주·증거인멸 우려로 판단했습니다. 1차 조사에서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려 했다”고 진술한 그는 2차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경찰은 범행 전 특정 직원을 찾아간 점을 들어 살인미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반복된 방화, 재범 방지 과제
이번 사건은 방화 재범의 위험성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가 확인된 방화 피의자 342명 가운데 204명, 59.6%가 대인 갈등이나 분풀이, 적대감으로 범행했습니다. 이 씨 역시 과거 특수협박죄로 처벌받았지만 방화 범죄가 아니어서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는 빠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방화범에 대해 출소 후 전자발찌와 보호관찰, 치료 처분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분노와 충동이 반복되는 범죄일수록 형사처벌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겁니다. 국회에서는 방화를 전자발찌 대상 범죄에 포함하는 법안이 논의됐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