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쏠림이 만든 구조적 약점
2026년 7월 8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5.35% 하락한 7,246.79로 마감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했습니다. 코스닥도 5.56% 내린 785.00에 거래를 마쳐 10개월 만에 800선이 무너졌고, 시가총액은 7주 만에 6,000조 원 선이 붕괴됐습니다. 한 달여 전 기록한 전고점 9,114.55 대비 20% 이상 조정한 수치로, 양대 지수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비중 축소 권고와 메타의 AI 클라우드 진출 소식이 맞물려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미·이란 무력 충돌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습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6.25% 폭락했고, SK하이닉스도 5.68% 내리며 반도체주 중심의 하락이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실적 호전에도 미래 불확실성 앞에서 매물이 쏟아진, 시장의 냉혹함이 드러난 하루입니다.
저가 매수인가, 상승장 종료인가
증권가의 시각은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상승이 출하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과 AI 기대감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며 주도주 교체를 예고했고, 키움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비관론이 힘을 얻었습니다.
반면 JP모건은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며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봤습니다. 노무라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초기 단계라고 진단하며 낙관론을 폈고, 대신증권은 코스피 선행 PER이 6.3배로 금융위기 수준이라며 1만 선 회복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8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도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성을 강조하며 장기 성장성에는 무게를 뒀습니다. 13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외국인의 3,000억 원 순매수 역시 시장을 지탱하는 흐름입니다.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들
증시 방향을 결정짓는 변수는 크게 셋입니다. FOMC 6월 의사록과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첫 금리 시그널, 금요일 밤 예정된 SK하이닉스 ADR의 나스닥 상장 흥행 여부, 그리고 이달 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AI 설비투자 계획입니다. 현재 시장은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과 대만은 상승 마감한 반면 한국 증시만 유독 큰 폭락을 보인 점은 반도체 쏠림 현상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로 풀이됩니다. 12개월 선행 PER이 2000년 이후 하위 4.7%인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만큼, 빅테크 실적과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 따라 단기 반등과 추가 조정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