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뒤흔든 농지 전수조사
정부가 사상 처음 추진한 농지 전수조사가 추석 연휴를 사이에 두고 최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참석 중에도 소셜미디어에 농지 투기 방지와 활용을 위해 전수조사가 필수적이라며 "헌법과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순방 중에도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겁니다.
반대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농민만 잡고 있다"며 전수조사와 강제 매각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통령은 더 이상 때려잡을 대상을 국민에게서 찾지 마십시오"라며 실거주 집착이 실경작 집착으로 옮겨갔다고 비판했고요. 쟁점의 핵심은 투기와 선의의 보유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입니다.
27%가 위반 의심
농림축산식품부는 1996년 이후 취득한 136만 필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를 벌여 지난 7월 말 97%를 마쳤습니다. 이 가운데 위반 의심 농지는 27%로, 불법 임대차가 가장 많고 무단 휴경과 불법 전용이 뒤를 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쪼개기 투자 의혹도 나옵니다. 경기 평택의 400㎡ 농지는 소유자가 109명, 화성의 8240㎡ 농지는 194명이 공동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2016~2017년에 집중 매입했고 인근에 아파트 건설 예정지가 있다는 점이 의혹을 키웠습니다.
정부는 거짓 영농계획이나 농업진흥지역 내 야적장 같은 중대한 불법은 원상회복과 처분 명령으로 대응하되, 상속이나 고령으로 인한 휴경, 관행적 임대차는 자진 정비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세종시와 영광군 등 지자체도 소명자료와 실제 이용 현황을 종합 검토해 선의의 농업인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거래 절벽과 농협 부실 우려
문제는 조사 여파가 현장 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남에서는 1평당 15만원이던 과수원 희망가가 8만원까지 떨어졌고, 5년째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농지가 속출합니다. 여주는 ㎡당 27.8%, 이천은 18.6% 하락했습니다.
농지 담보 대출을 실행한 지역농협의 건전성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여주의 한 농협은 감정가의 60~70%로 대출했지만 경매 낙찰가가 40%대 초반에 그치면서 채권 부실화 우려가 커졌습니다.
농민들도 투기 차단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령 농가가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기 어려워 경작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당정은 연말까지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을 제도가 얼마나 담아낼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