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일째 이어진 대법관 공백
대법관 한 자리가 227일째 비어 있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올해 3월 퇴임한 뒤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사상 최장 공백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인선을 두고 정면으로 맞서면서 재판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갈등의 중심에는 제청권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있습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올해 1월 김민기·박순영·윤성식·손봉기 후보를 추천했고,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손봉기 부장판사를 청와대에 제청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재제청을 요구했고, 대법원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우열 없다"는 법원, "자격 없다"는 야당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에 우열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헌법 제104조 2항이 세 권한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앞선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두고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제청권을 성역처럼 내세워 헌법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렸다며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함께 도마에 오른 선거관리와 피해자 보호
국감에서는 다른 현안도 함께 다뤄졌습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만 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한 데 대해서는 영장 전담 판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사한 결과라며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김래니 수원가정법원장은 '장모 살해' 사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임시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법 행정 전반에 대한 국회의 압박도 거세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