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본격적인 예산안 편성 지침이 나왔습니다. 2027년 예산 규모는 8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인데요,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선언하면서도 동시에 50조원 이상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맞손질’에 나섰습니다. 지난 정부가 ‘건전 재정’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이죠. AI 대전환과 지방 성장, 저출산 대응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과 함께, 수도권에서 멀수록 재정 지원을 두텁게 하는 ‘지방우대원칙’도 본격 도입됩니다.
적극 재정 선언과 지출 감축의 균형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적극적 재정 운용’을 명시했습니다. 탄핵 정국 당시 사용했던 ‘재정의 마중물’이라는 표현보다 더 적극적인 어조인데요, AI 같은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고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재정 수요에 대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예산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한 800조원 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제한적인 지출 확대는 아닙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 50조원 이상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재량지출은 15%, 의무지출은 10% 감축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의무지출 감축 시 필수 복지 예산은 보호하는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처 온정주의’를 방지하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방편으로 풀이됩니다.
지방에 투자하고 첨단 거점을 만든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재정사업 지방우대원칙’입니다. 수도권과의 거리, 지역 발전 수준, 인구 소멸 정도 등을 고려해 지원을 차등화하는 원칙인데요, 말 그대로 서울에서 멀수록 재정 지원을 두텁게 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지방정부 주도 사업을 지원하는 ‘초광역계정’을 신설하고, 중앙과 지방이 예산 과정에서 소통하는 ‘지방재정전략협의회’도 구성합니다.
투자의 초점은 명확합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첨단 전략산업을 지방에 뿌리내리게 하는 거죠. ‘5극 3특’ 성장엔진 육성의 일환으로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구축합니다. 부산, 구미, 광주를 잇는 이 거점에서는 전력반도체 특화단지와 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설 계획입니다. 또한 통합 지방정부에는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의 재정을 지원하고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추진해 지역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입니다.
효율성 제고와 남은 고민들
적극적으로 돈을 쓰면서도 낭비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예산안 편성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 의견을 예산안 요구서에 반영하고, 국민에게 제공하는 사업 설명 자료의 공개 범위도 넓힐 예정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성과 평가를 통해 전체 사업의 약 10%를 폐지하고, 한시적 사업의 무분별한 연장을 제한하며, 일부 사업을 민간이나 지방 정부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적극 재정과 재정 건전성 사이의 줄다리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지방 우대 원칙이 지역 격차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대규모 첨단 산업 투자가 지역 경제에 성공적으로 정착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죠. 정부는 AI 대전환과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 운영 철학이 구체적인 숫자와 사업으로 구현되는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