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비수도권 반도체 신설에 선 그어...정치 논리와 기업 자율성 충돌

경한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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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 전 수정 · 2026년 6월 16일 오후 11:47

발행: 2026년 6월 16일 오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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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등 비수도권 반도체 공장 신설 요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업 자율성과 산업 효율성을 이유로 선을 그었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정치 논리에 투자가 좌우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최태원 SK 회장도 용인 클러스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장성, 해남, 무안 등 호남 지자체들은 유치 경쟁에 들떠 있어 기대감만 앞서가는 모습입니다.

정치권의 요구와 기업들의 선

6·3 지방선거 이후 호남과 충청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선을 긋고 있습니다. 양사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기업의 자율성과 산업 생태계 효율성을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투자가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만약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정식 논의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전력과 용수, 인력 등 막대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현재 추진 중인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호남 지자체의 엇갈린 표정

기업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호남권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에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첨단3지구의 70%가 해당 지역에 속하는 전남 장성군은 후공정 패키징 공장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며 가장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까지 나타났는데요. 일부 매도자는 계약금을 배로 돌려주며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공장 유치 발표를 기다리는 사례까지 생겼습니다.

반면 해남군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공정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전공정 시설 유치에 집중하며 솔라시도의 전력과 용수, 부지 등 기반 시설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안군 역시 공항과 항만, 예정된 KTX 등 물류 인프라의 우월성을 내세워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모습이지만,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기대감만 앞서가는 분위기도 적지 않습니다.

클러스터 전략의 현실

반도체 업계가 용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제조, 소재·부품·장비, 패키징이 밀집해 생태계를 이루어야만 시너지가 발생하는 기술 집약 산업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산 투자보다는 관련 업체들이 밀집한 클러스터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에 360조 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며,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원삼면에 클러스터를 구축해 2027년 이후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자 역시 용인의 입지 우위를 강조하며 인프라 지원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에 따라 갑작스럽게 생산 거점을 분산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당연히 지역 균형 발전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은 인프라와 인력, 부품사의 연계 등 복잡한 조건이 맞아야 하는 특수한 영역입니다. 정치와 산업이 건강한 긴장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