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부족에 비축유 방출 가속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해 비축유 방출 속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32개 회원국이 남은 1억 배럴 방출을 앞당기기로 합의한 건데요. 특히 경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00만 배럴 이상을 최대한 신속히 풀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지난 3월 합의한 4억 배럴 공동 방출 계획을 가속화한 조치입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대응해 마련한 계획인데, 지금까지 이미 3억3000만 배럴이 방출됐습니다. 일부 회원국이 약속 물량을 초과해 방출하거나 추가 방출을 예고하면서 최종 규모는 4억 배럴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IEA는 원유 생산과 정제 능력을 갖춘 회원국에 원유와 석유제품, 특히 경유 공급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장기화해도 공급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입니다.
시장은 왜 실망했나
문제는 시장의 반응입니다. IEA 발표가 나온 뒤 시장은 추가 방출 물량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 실망했습니다. 스파르타 커머더티스의 아비셰크 쿠마르 애널리스트는 "IEA 발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세부 내용에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며 "2000만 배럴은 기존 약속 물량의 시기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유 공급 부족은 실제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IEA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비 전 세계 경유 수출량이 하루 70만 배럴 줄었고, 러시아와 중동에서는 하루 130만 배럴이나 감소했습니다. 전쟁 중인 지역의 수출 둔화가 전체 공급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정유업계 호실적, 변수는 운송비
이런 가운데 국내 정유 4사의 3분기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제마진 상승과 높은 국제유가 덕분에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합계는 약 6조 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3% 증가한 2조695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원유 운송비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초대형 유조선 운임은 배럴당 약 36달러로 전쟁 이전보다 5배 이상 뛰었습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운임도 배럴당 40.5달러에 달해 지난해 평균보다 36달러 높아졌습니다.
운송비 상승은 원유 도입 비용을 끌어올려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습니다. 정유사들은 장기 용선계약을 활용하거나 공급처를 다변화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운임 상승분이 실제 원가에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4분기 이후 실적에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