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 직전까지 갔던 아군 무인기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 파주 휴전선 인근에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국군이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하고는 적 무인기 대응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했는데요. 대공화기와 헬기까지 동원해 격추 준비에 들어갔고, 강원도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 이북 주민들에게는 대피 안내 문자까지 발송되었습니다. 약 한 시간 뒤에야 해당 비행체가 한미 연합훈련 중이던 미 해병대 정찰용 무인기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숨을 돌렸죠.
당연히 이번 사건은 단순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동맹국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추 직전까지 간 것은 군 지휘체계와 작전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문자 한 통에 의존한 군 통신
사고의 원인을 쫓아가 보면 양측 모두 절차를 무시한 채 관행에 의존한 점이 드러납니다. 미군은 훈련 전날인 29일, 공식 공문이 아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육군 1군단 실무자에게 비행 계획을 통보했습니다. 문자에 첨부된 공문 사진에는 비행 고도가 명시되어 있었지만, 해당 실무자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상부 보고 과정도 누락했죠.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고고도 무인기 비행은 공군작전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었음에도 지상작전사령부 계통인 1군단에서 승인이 이뤄졌습니다. 합참은 이런 소통 방식을 '관례'라고 설명했지만, 전시 도청 방지를 위해 마련된 군 통신망 대신 개인 휴대전화에 의존한 것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었습니다.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소통 오류가 눈덩이처럼 커진 겁니다.
책임 공방과 군 기강 점검
이번 사건과 맞물려 1군단 내 빈총 경계근무나 실탄 분리 비치 등 경계 태세 소홀 논란도 함께 불거졌습니다. 국방부는 1군단장을 직무 배제하고 사건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긴급 소집해 국방부 감사관 주도의 '합동 특별기강점검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UFS 연습 종료 전까지 전군의 작전기강과 보고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아군 드론을 오인한 것은 군의 작전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증거이며, 이번 사태가 특정 개인을 넘어 군 전반의 시스템적 결함임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장관이 우리 군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라며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최전방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뒤섞이는 복잡한 상황이 언제든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소통과 확고한 보고체계가 생명인데, 이번 사태는 바로 이 기본기가 흔들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죠. 군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절차를 얼버무리는 태도를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