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멈춰선 대동맥
유럽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속에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0개국을 거쳐 흐르는 이 강은 동유럽의 핵심 수자원인데, 물이 급격히 말라들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 인프라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루마니아와 헝가리는 원전 냉각수 확보에 비상이 걸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놓였습니다.
헝가리의 팍스 원전은 전체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시설입니다. 하지만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4기 가운데 3기가 가동을 중단했고, 남은 1기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헝가리 정부는 에너지 비상 행정명령을 내리고 수도 부다페스트의 야경 조명까지 소등하는 등 절약 조치에 나섰습니다. 루마니아 역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수도 부쿠레슈티의 랜드마크 조명을 껐습니다.
원전을 살리려 바지선을 가라앉혔다
가장 극단적인 대응은 루마니아에서 나왔습니다. 원전 가동에 필수적인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강바닥 암반을 폭파한 데 이어, 바지선 4척에 무거운 바위를 싣고 강물에 그대로 침몰시켰습니다. 이는 인위적으로 물길을 바꿔 원전 쪽으로 유량을 집중시키려는 차단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원전 운영 측은 이런 조치가 성공하면 원자로 가동 기간을 9일에서 10일 정도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이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다만 당장 발전을 멈추면 전력 공급망이 붕괴할 수 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루마니아가 군까지 동원해 암반을 폭파하고 선박을 침몰시키는 이례적인 모습은 기후 재난이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기후 재난
이번 위기는 루마니아와 헝가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크르스코 원전 역시 냉각수원인 사바강의 유량 감소로 발전 출력을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며 거대한 폭포가 형성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물류와 농업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주요 운하는 물이 말라 물동량이 평소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고, 영국은 전국 절반 지역에 돌발 가뭄을 선포했습니다. 영국의 곡물 수확량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027년까지 전 지구적인 식량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헝가리 총리는 이번 주 후반에 비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며, 앞으로 하루이틀이 최대 고비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