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열린 수사
2024년 미국 코넬대학교 사교클럽 '카이 파이(Chi Phi)'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 의혹이 2년 만에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뉴욕주 톰킨스 카운티 검찰은 최근 사건을 다시 검토해 증거를 대배심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2024년 당시 매튜 밴 하우튼 지방검사는 기소하지 않았지만, 민사소송을 계기로 사건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CBS 뉴스는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남학생은 "일이 이렇게 돼 미안하다"며 기억이 흐릿하다고 했고, 피해자도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메시지가 재수사의 핵심 증거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대학의 처분과 드러난 정황
사건은 2024년 10월 19일 카이 파이 모임에서 20세 여학생이 케타민에 취한 상태에서 7명의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으로 시작됐습니다. 피해자는 같은 해 11월 8일 경찰에 신고한 뒤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코넬대는 자체 조사를 거쳐 가해자 중 2명을 퇴학시키고 나머지 5명에게는 정학과 워크숍, 에세이 작성 같은 처분을 내렸습니다.
피해자는 이 처분이 정의롭지 않다며 2026년 9월 16일 코넬대와 대학 지도부, 카이 파이, 가해자 7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에는 스냅챗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학생들을 가담시키려 한 정황이 담겼고, 소송이 소셜미디어로 확산하면서 피고 실명이 공개됐습니다. 가해자 명단에는 한국인 이씨 성을 가진 학생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자발성 함정'이라는 법의 허점
이번 사건이 전 세계적 공분을 불러온 데에는 뉴욕주의 성폭력 관련법 구조도 한몫했습니다. 뉴욕주는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만 정신적 무능력 상태를 인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요. 미네소타와 미시간, 텍사스 등 19개 주가 이미 이 조항을 개정해 자발적·비자발적 구분을 없앤 것과 대비됩니다.
미국 최대 성폭력 방지 단체 라인(RAINN)의 스테판 터크하이머 부회장은 현행법이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도 검찰의 수사 재개를 지지하며 코넬대의 대응을 외부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배우 플로렌스 퓨도 SNS에 "속이 뒤집힌다"며 대학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앞으로 대배심은 가해자들의 인식과 피해자의 케타민 복용 자발성 여부, 2024년 기소를 보류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입니다. 사건의 결론뿐 아니라 뉴욕주 법 개정 논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