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를 뒤흔든 레버리지 ETF의 그림자
최근 코스피가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지난 6월 고점 대비 약 28% 급락한 건데요. 이번 조정의 핵심 원인으로는 기업의 펀더멘탈 악화가 아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과도한 디레버리징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문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상품들은 주가가 하락할수록 목표 배수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추가 매도해야 하는 이른바 숏감마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과 관계없이 주가 하락 자체가 매도 물량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7월 13일 SK하이닉스 급락 당시에는 리밸런싱으로만 약 7조 4000억 원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이는 당일 거래대금의 18%에 달했습니다.
성급했던 출시와 뒤늦은 규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해외 자금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금융당국이 서둘러 출시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리스크 검증 없이 급하게 상장된 탓에 오히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소를 잃고 외양간도 잃은 격이라며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레버리지 자산의 디레버리징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JP모건은 전체 조정 과정의 약 75%가 이미 소화되었으며, 외국인 매도세도 한풀 꺾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코스피의 12개월 목표치를 1만 2500포인트로 유지하며 비중확대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내놓은 겁니다.
쏟아지는 대책과 남은 과제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여전히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회의 기존 대책이 미흡하고 시행도 늦다고 지적하며 신속한 추가 보완책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금융위는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를 긴급 소집하고 1차 대책의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매매단위를 20좌로 확대하며 사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한 장 마감 동시호가에 집중되는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으로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진입장벽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미 시장에 유입된 10조 원 가까운 자금의 구조적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당국은 레버리지 배수를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도 살펴봤지만, 수익자총회와 같은 복잡한 절차로 인해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숏감마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 없이는 또 다른 변동성 쇼크를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