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에서 100m, 무슨 일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걸어서 2분 거리, 불과 100m 떨어진 건물 지하에서 특별한 영업이 시작됐습니다. ‘A기획사’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이곳은 ‘엑셀방송’ 전문 스튜디오입니다. 엑셀방송은 방송인(BJ)이 선정적인 행동을 하며 시청자로부터 후원을 받고, 그 금액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국세청이 ‘사이버 룸살롱’으로 규정한 유해 콘텐츠입니다. 문제는 이 스튜디오가 등하굣길에 있는 아이들의 시선을 피해가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짧은 치마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BJ들이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저분들은 왜 그런 옷을 입었어요?’라고 물어와 당황했다”고 말할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왜 당국은 손을 쓰지 못할까?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강남구청은 교육청, 경찰, 학교 관계자와 함께 합동 점검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점검 결과는 무력했습니다. 현행 법률로는 이 스튜디오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첫째, 이 스튜디오는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규제하는 주점, 노래방, 단란주점 등 유해업종 목록에 ‘스튜디오 대여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둘째,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업소로 지정되려면 밀폐된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 스튜디오는 개방형 구조라 해당 사항이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당국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스튜디오 측에 ‘건물 밖 흡연을 자제해 달라’, ‘BJ들의 복장에 주의해 달라’는 요청에 그쳤습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 행정 지도에 불과했습니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법은 멈춰 있다
이번 사태는 빠르게 진화하는 온라인 산업의 형태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기존 법 체계 사이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엑셀방송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되었습니다. 해당 기획사는 10개 이상의 방송팀을 운영하며, 한 팀이 방송 한 번에 1억 원 이상의 후원을 받는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영업 행위가 ‘물리적 공간’인 학교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법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국대학교 임명호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법적 규제가 문화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제 요청을 넘어, 온라인 기반 유해 콘텐츠 제작 시설의 입지 제한을 포함한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유관 기관과의 지속적 모니터링을 약속했지만, 법의 사각지대가 메워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