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 미국과 중국을 만나다
10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티노프궁에서 푸틴 대통령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났습니다. 같은 날 그는 미국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도 3시간 넘게 마주 앉았는데요. 하루 사이에 미국과 중국 인사를 연달아 접견한 겁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중·러 3국 정상회담 구상입니다.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보좌관은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3국 정상회담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푸틴 본인도 시진핑 주석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친구'라는 표현을 썼고요.
다만 온도차는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의제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핵무기와 비핵화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매듭짓는 카드로 이 회담을 활용하려는 눈치입니다.
숫자로 확인하는 밀착
경제 실무 회담도 같은 날 열렸습니다. 리창 총리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제31차 정례회담을 공동 주재했는데요. 미슈스틴 총리는 지난 25년간 양국 교역액이 3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루블화와 위안화 등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설명도 나왔습니다.
농업 분야 성장세도 가파릅니다. 올해 1~8월 농산물 교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에너지, IT, 우주, 민간 원자력, AI, 교통·운수까지 협력 목록이 길게 이어집니다. 양국은 금속·농업 등 90개 이상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핵군축은 여전히 먼 이야기
문제는 3국 회담의 실속입니다. 운용 가능한 핵탄두는 러시아 4,400개, 미국 3,700개, 중국 620개로 격차가 큽니다. 중국이 지금의 3자 핵군축 테이블에 응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시진핑·푸틴 양자 회담이나 3자 회담 관련 언급을 빼고 보도한 점도 시사적입니다. 리창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상하이협력기구와 브릭스, 글로벌사우스의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제2의 얄타회담'으로 부르고 있지만,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당장의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