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례길, 이라크 시아파 성지로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유해가 장례식 나흘째인 7일 저녁 이라크로 운구되었습니다. 마한항공 여객기에 실린 관은 이라크의 종교 성지인 나자프 공항에 도착했는데요. 공항에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를 비롯한 양국 고위 관리들이 직접 영접하며 마지막 예를 표했습니다.
이번 운구에는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뿐 아니라 함께 폭사한 가족 4명의 유해도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이동은 이란 국내에서 사흘간의 추모 행사를 마친 뒤 이루어진 첫 해외 일정이었습니다. 하메네이의 마지막 여정이 나자프와 카르발라라는 시아파 최고 성지들을 거쳐 고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단순한 장례 의식 이상의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넉 달 만에 열린 장례, 수많은 추모객의 행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은 이후 넉 달이 지난 7월 4일에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되었는데, 5일에는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그랜드 모스크 광장에서 가슴을 치며 애도를 표하는 대규모 추모 행사가 거행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에서도 추모식이 이어졌고, 수많은 신도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테헤란과 곰을 채운 추모의 행렬은 하메네이가 이란 사회와 종교계에서 차지했던 구심점 역할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거대한 장례 행렬은 이란 정권이 그의 죽음 이후에도 정통성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성지를 잇는 정치적 의미와 향후 파장
운구된 유해는 8일 하루 동안 이라크의 또 다른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에서 조문객들과 만난 뒤, 다시 이란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는 9일 그의 고향이자 시아파 성지인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 위치한 이맘 레자 영묘에 안장되며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물론 이번 장례 일정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종교적 의식을 넘어선 정치적 함의입니다. 이라크 총리와 이란 대통령이 함께 관을 맞이한 모습은 두 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장면으로 읽히고, 하메네이의 마지막 길이 시아파 성지들을 연결하는 순례 형태로 설계된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하메네이의 유해가 안장되는 마슈하드는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난 곳이지만, 동시에 이란 정권이 앞으로 어떤 이념적 기반을 유지하며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장례를 끝으로 이란은 하메네이 이후의 체제를 본격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그의 죽음과 장례 과정이 이란 내부와 주변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