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100유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4년 만에 다시 100유로 선을 넘었습니다. 2026년 10월 28일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근월물은 메가와트시당 100.9유로까지 치솟았는데요. 2022년 1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입니다. 올해 초 30유로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한 해 만에 세 배 이상 뛴 셈입니다. 이달 들어서만 38%가량 올랐습니다. 우드맥켄지의 톰 마르제크맨스 애널리스트는 100유로를 심리적 저항선으로 보면서도 중동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큰 요인 없이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비축량 75%, 겨울이 문제
가장 큰 불안은 재고입니다. EU 회원국 가스 비축량은 10월 21일 기준 저장 용량의 75%로, 통상 11월 1일까지 90%를 채우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칩니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겨울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공급 사정도 여의치 않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카타르산 LNG가 거의 들어오지 못하면서 카타르에너지는 이탈리아 에디슨 등에 대한 공급 불가항력 기간을 12월 말까지 연장했습니다. 노르웨이 에퀴노르의 안데르스 오페달 최고경영자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아시아와 유럽이 LNG 확보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에 내년 1월 예정된 EU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전면 금지가 겹칩니다. EU는 29~30일 캐나다 몬트리올 정상회의에서 캐나다산 LNG 장기 수출 가능성을 논의합니다.
수요는 오히려 줄고 있다
수요 측 움직임은 반대 방향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네덜란드, 튀르키예 6개국의 올해 가스 발전 비중이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한국은 29%, 일본은 28.4%로 30% 아래로 내려갔고 중국은 3.07%로 역대 최저입니다. 네덜란드 32%, 영국 29%, 튀르키예는 11% 미만입니다. 중동 전쟁으로 LNG 공급이 줄자 아시아 전력회사들이 저렴한 석탄 발전을 늘린 영향입니다. 일본은 원전 가동 회복이, 유럽은 배터리 저장장치 보급이 힘을 보탰습니다.
공급은 조이는데 수요는 빠지는 엇갈린 국면입니다. 로이터는 LNG 업계가 늘어난 물량을 흡수할 수요처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겨울 한파가 예보대로 닥친다면 저장고가 빈 상태에서 난방 수요가 몰려 가격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