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사라진 400년 역사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위치한 온타리오호가 갑자기 '아메리카호'로 불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해당 호수의 미국 내 명칭을 '레이크 아메리카'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구글 지도는 미국 이용자들에게 해당 지역을 '아메리카호'로 표시하기 시작했고, 캐나다에서는 기존 명칭을 유지하며 제3국에는 두 이름을 병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SNS에 온타리오호 표지판을 걷어차고 '레이크 아메리카' 표지판을 세우는 AI 영상을 게시하며 YMCA 춤까지 추게 만들었는데요. 이런 조롱 섞인 메시지는 단순한 이름 변경을 넘어 캐나다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캐나다 측은 "지금도, 앞으로도 레이크 온타리오"라는 대형 표지판을 내걸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영상을 계속 올리며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 넘어 명칭 전쟁으로
사실 이번 명칭 변경은 양국 간 무역 전쟁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입니다. 미국은 캐나다산 자동차와 철강 등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오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700여 품목에 25~50%의 보복 관세를 맞부을 예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최악의 무역 착취국'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과 거래하는 캐나다 기업들에게 즉시 미국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라고 촉구했고, 미국 기업들에는 캐나다 상품 수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를 '졸개'라 칭하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이어갔습니다. 이에 포드 주총리는 "거만하고 건방진 불량배"라고 맞받아쳤고, 이번 개명 조치를 두고는 "SNL 코미디냐"라며 조롱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캐나다 전역의 '미국 거부' 열기
캐나다 국민들의 반미 감정은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ABUS'(미국 제품 외 모든 것)와 'ABUSA'(미국 외 어디든) 구호 아래 미국산 제품 불매와 미국 여행 거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원산지를 확인하며 캐나다산 제품을 찾고 있고, 겨울철 미국으로 떠나던 '스노버드' 계층도 멕시코나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주정부 차원의 대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퀘벡주는 미국 기업 입찰에 불이익을 주고 있고, 온타리오주는 스페이스X 스타링크와의 공공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더 나아가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력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는 이차전지 소재 등 핵심 광물 수출을 무기화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입니다. 400년 넘게 웬다트족 언어에서 유래해 사용된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 단순한 지명 논쟁이 아닌 양국 경제 전쟁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