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날, 전쟁의 명분을 말하다
2026년 9월 11일, 미국은 9·11 테러 25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제로에서는 은색 종이 울려 퍼졌고, 2,983명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며 묵념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의 연주가 더해진 가운데, 조 바이든과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같은 날 버지니아주 펜타곤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모식을 주관했습니다. 그는 9·11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추모가 단순한 애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를 기억하는 것이 곧 현재 이란과의 전쟁에서 싸우는 이유라고 연결 지었습니다. 그는 이란을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으로 지목하며,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현재의 전쟁이 25년 전의 비극으로부터 비롯된 정당한 임무라고 주장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지난 6개월간 테러 후원국을 초토화했다고 밝히며 전쟁의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뚜렷한 정치적 현실이 있습니다. 사실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4% 급등했습니다. 농사용 경유 가격은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고,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86%까지 높게 보고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민심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백악관은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야구장에 모인 2001년의 얼굴들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도 25주년 추모는 이어졌습니다. 경기 시작 전, 마리아노 리베라와 데릭 지터를 비롯한 2001년 당시 양키스 멤버들이 마운드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9·11 이후 불타는 폐허 속에서도 월드시리즈를 치르며 뉴욕 시민에게 희망을 줬던 주인공들입니다. 조 토리 감독과 티노 마르티네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등장에 관중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경기에서는 뉴욕 양키스가 메츠를 6-4로 꺾었습니다. 2회말 코디 벨린저의 스리런 홈런과 5회 벤 라이스의 솔로 홈런이 결정적이었고, 애런 저지도 안타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승패를 뛰어넘는 순간이었습니다.
25년을 잇는 편지 한 장
시구자로 나선 브리엘 사라치니는 2001년 당시 여객기 기장이었던 아버지를 테러로 잃은 딸입니다. 열 살 때 데릭 지터에게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25년간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고, 이날 지터는 그녀의 시구를 지켜봤습니다. 사라치니는 같은 아픔을 겪은 남편 숀 맥과이어와 함께 마운드에 섰는데, 두 사람은 테러 희생자 자녀 캠프에서 만나 2017년에 결혼했습니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불리는 가운데, 다음 세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양키스와 메츠 구단은 소방서 방문과 취약계층 식사 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기렸습니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뉴욕의 하늘에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