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을 헤맨 경찰, CCTV가 드러낸 진실
경북 경산에서 친구 살해범이 순찰차와 정면으로 마주쳤는데도 제압되지 않은 채 40분간 거리로 도주한 사건이 큰 논란에 휩싸였다. 7월 4일 새벽 4시 25분경, 피 묻은 나체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던 정재환(24)은 순찰차를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왼쪽 인도로 조깅하듯 뛰어들었다. 뒤쫓던 순찰차는 약 4초간 지체한 끝에 피의자가 사라진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우회전하며 추격에 실패했다. 최초 신고 후 40분이 지나서야 정재환은 체포됐다.
20년 지기를 찢은 흉기 20번의 잔혹
범행은 그날 새벽부터 시작됐다. 경산시 하양읍의 한 아파트에서 술을 마시던 정재환은 자신의 과거 데이트 폭력 사실을 지적한 20년 지기 친구 현빈 씨에게 격분해 흉기로 20번 넘게 찔러 숨지게 했다. 현빈 씨가 구조 요청 전화를 걸자 정재환은 휴대전화를 빼앗아 "나 귀엽지"라고 말하며 웃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의 공동 현관부터 거실까지 피밭이었고, 정재환은 술에 취하면 폭력성이 도드라지는 '강약약강' 성향이었다. 범행 직후에는 지인들에게 명품 시계와 현금 2,000만 원을 어머니에게 전해달라는 엽기적인 부탁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의 분통과 사체손괴 혐의 추가 고소
유족 측은 정재환을 눈앞에서 마주친 경찰이 즉시 하차해 제압하지 않아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비판했다. 정재환은 이 틈을 타 아파트로 돌아가 명품 시계와 현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 시신에서 목의 가로 20cm·깊이 5cm 절단 흔적과 정강이·손목의 절단 시도가 발견되면서 유족 측은 정재환을 시체손괴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경북경찰청은 살인의 중대성과 범죄의 잔인성을 근거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고, 정재환은 구속 후 유치장에서 20분간 오열하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수사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