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지켜보는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34)의 이적설이 불거지고, 황희찬(29·울버햄튼)이 속한 팀이 강등 위기에 처하면서 2005년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며 시작된 한국 선수들의 EPL 역사가 21년 만에 끊길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2026년 여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재정 규정은 한국 선수들의 EPL 진출에 더 높은 장벽이 될 전망이다.
울버햄튼, 123년 만의 최악의 부진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지난 8월 17일 개막전 이후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19라운드까지 3무 16패, 승점 3점으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잉글랜드 1부 리그 123년 역사상 최장 연속 무승 기록이다. 팬들은 새해 인사글에 “한 경기만 이겨도 좋겠다”는 댓글을 달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팀의 핵심 공격수 황희찬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선발 출전했으나, 결정력과 판단력 부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9월 28일 토트넘전에서는 전술적 핵심 역할을 맡았음에도 전반 종료와 함께 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10월 말 롭 에드워즈 감독이 부임한 후에는 선발 자리에서 밀려나 교체로만 나서는 일이 잦아졌고,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 12월 3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드리블 중 공을 빼앗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현지 매체 ‘풋볼365’로부터 팀 내 최저 평점(5.9점)을 받았다. 팬들은 황희찬의 반등을 간절히 바리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강등을 피하기조차 요원해 보인다.
손흥민 이적설, 한국 축구팬들 불안 가중
손흥민의 계약은 2026년 6월 만료된다. 아직 공식적인 재계약 소식은 없으며, 최근 몇몇 유럽 매체에서 이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손흥민이 떠난다면 EPL에 남는 한국 선수는 황희찬이 유일하다. 그러나 울버햄튼의 강등이 현실화되면 한국 선수는 EPL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2005년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며 본격화된 한국 선수들의 EPL 행진은 21년 동안 이어져왔다. 이영표(토트넘), 차두리(풀럼), 기성용(스완지), 지동원(선덜랜드) 등이 뒤를 이었고, 손흥민은 2015년 입단 후 11시즌 동안 120골 이상을 기록하며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그런데 이제 그 오랜 역사가 단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새 재정 규정, 한국 선수들에겐 더 높은 벽
EPL은 2025-26 시즌부터 단계적으로 새로운 재정 규정(PSR 강화)을 시행한다. 구단의 총 지출을 매출의 85% 이내로 제한하고, 손실 허용 한도를 대폭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규정은 2026-27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재정 규제가 강화되면 구단들은 고액 이적료와 고연봉을 요구하는 선수 영입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유럽 무대에서 입증되지 않은 한국 선수들이 EPL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경제성까지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PL 관계자는 “규정이 강화되면 구단들은 자체 육성 선수나 저비용 선수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EPL에서 한국 선수의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의 해가 될 수 있다. 손흥민의 선택, 황희찬의 반등, 그리고 울버햄튼의 강등 여부가 그 운명을 가를 것이다. 팬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