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붐에 드러난 균열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레그레이어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소 47건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철회됐는데요. 1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 계획 가운데 실제 실현 가능성은 35%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배경에는 지역사회 반발과 전력망 연결 문제가 자리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1000곳 이상의 지역사회가 건설 유예나 제한을 검토했고, 소음과 환경 부담, 전력·수자원 소비를 둘러싼 갈등도 커졌습니다. 오픈AI의 스타게이트 사업과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부지에서도 인허가와 공사 일정 차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어위브발 신용 경고음
시장의 시선은 AI 인프라 기업의 부채로 옮겨갔습니다. 코어위브는 장기 임대 데이터센터에 AI 반도체를 설치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차입금과 리스 부채가 500억 달러를 넘습니다. 2031년 만기 회사채 유통금리가 16%를 넘고,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5년 내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60% 안팎으로 반영했습니다.
주가는 한 주 만에 25%가량 급락했고, 호주 퍼머스그리드와 SB에너지 등 관련 기업의 상장도 연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금리 상승과 채권시장 냉각으로 신생 네오클라우드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겁니다. 반대로 JP모건은 코어위브의 부채 우려가 과도하다며 AI 사업의 수익성이 견조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갈래 전망과 다음 변수
낙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인프라 가동률이 100%에 가깝고 GPU 임대료가 올해 12~37% 올랐다며 공급 과잉보다 수요 부족에 주목했습니다. 과거 광섬유 붐과 달리 실제 사용량이 받쳐주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바클레이즈는 AI 투자의 최고 시기는 지났을 수 있다며 검증된 사업모델과 현금흐름을 갖춘 기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실적 발표입니다. 메타가 AI 설비투자에 대한 수익화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오라클의 전력 공급 지연이 언제 해소될지가 투자심리를 가를 전망입니다. 데이터센터 완공이 늦어지면 임대 계약 해지 위험도 커지는 만큼, AI 인프라 시장은 이제 규모보다 자금 조달 구조와 수익성의 투명성을 시험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