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성과급 합의에 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성과급으로 쓰기로 합의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삼전닉스'로 불리는 이 합의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쌓인 초과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의 서막이었는데요. 현대차·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30%를, 카카오 노조는 13~15%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는 제동을 걸었습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성과급으로 책정하는 방식이 기업 이익 처분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현행 상법상 기업 이익은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이나 투자 등 용도가 결정되는데, 노사가 이를 선점하면 주주 의사결정 권한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노사 합의 이후에도 최종 판단은 주주가 할 수 있도록 주총 승인 의무화를 검토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했는데요. 초과이윤 배분은 노동자와 투자자 모두의 몫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외국인 투자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정부가 노사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인 셈입니다.
주주들은 왜 반발하고 있을까요
반대로 자본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보입니다. 투자자보호연합회는 지난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 허락 없는 성과급은 위법배당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주주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투자자보호원' 설립까지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액트는 지난 5월 20일부터 세 차례나 공식 요청했으나 삼성전자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들은 삼성전자가 주주 동의 없이 10년 치 성과급 협약을 체결한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법적 불확실성을 주가 리스크로 전가하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올해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임직원 성과급 목적의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은 이사회 계획 수립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매년 갱신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체결된 10년 협약이 새 법률에 소급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보니 주주들의 의사결정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혔다는 겁니다.
법적 쟁점과 남은 과제
사실 이번 갈등은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 이익이 급증하면서 불거진 구조적 문제입니다. 올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800조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사정 모두 자신의 몫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노동자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기업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는 분배 원칙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 이익 처분은 국가 재정과 다른 성격이라며,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액트 측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주주들의 의사를 투명하게 확인하고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이번 사안이 국내 시총 1위 기업의 결정인 만큼 자본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노사 관계와 배당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