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도둑질’ 논란에서 시작된 변화
1년에 하루가 부족한 364일 계약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고, 1년 미만 계약 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한 대책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이번 조치는 지난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청소원 3명을 364일 계약으로 채용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 도둑질’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았던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 차원의 개선을 촉구한 뒤,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겁니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에는 약 7만 3천여 명의 1년 미만 계약직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현행법상 퇴직금을 받을 수 없어 계약이 끝나면 ‘빈손 퇴직’을 할 수밖에 없던 구조였죠.
짧게 일할수록 더 많은 보상…최대 248만 원
공정수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를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 적용한 것입니다. 핵심은 고용 불안정에 대한 금전적 보상인데요,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더 높은 보상률을 적용받게 설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내년 기준금액(월 254만 5천 원)을 토대로, 12개월 근무자에게는 10%인 38만 2천 원을 지급합니다. 34개월은 9.5%, 56개월은 9%이며, 6개월 이후에는 8.5%의 정률이 적용됩니다. 1112개월을 일한 노동자는 최대 248만 8천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법정 퇴직금 적립률인 8.3%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용주에게는 1년 이상 장기 계약을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 정책입니다. 동시에 정부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1년 미만 계약이 불가피한 경우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사전심사제’를 통해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반쪽 대책’
노동계는 이번 조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공정수당 도입 자체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동시에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전환 대책이 빠진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지적했고, 한국노총은 상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법적 권리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걸림돌은 재원 문제입니다. 공정수당 지급에만 내년에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세금 투입에 대한 논란이 예상됩니다. 가장 큰 논쟁은 민간 부문 확산 가능성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의 모범 사례를 민간으로 확대할 경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오히려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계절성 업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따라서 이번 정책이 공공부문에서의 고용 관행 개선에 그칠지, 아니면 노동 시장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낼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