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곳 공공기관을 둘러싼 지방의 총력전
정부가 공공기관 350여 곳의 2차 지방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유치 제안서를 내놓고 도민 서명 운동까지 펼치는 등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일부 지역은 이전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조례를 선제적으로 제정하며 유치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9년에 마무리된 1차 이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153곳의 기관을 10개 혁신도시에 나눠 담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1차 이전은 '나눠먹기식' 배분으로 인해 자원이 분산되고 인구 유출까지 겪었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6년부터 유입 인구가 줄어들어 2023년부터는 오히려 수도권으로 순유출되기 시작했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서비스업 고용 증가라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1차의 교훈과 울산의 에너지 클러스터 구상
이번 2차 이전에서는 이런 실패를 교훈 삼아 '선택과 집중' 원칙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해 민간 기업이 함께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3대 메가 프로젝트나 7대 시드 프로젝트 같은 국가 핵심 산업정책과도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울산시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상욱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응을 직접 챙기며 국무총리 면담과 중앙부처 설득에 나섰는데요. 에너지, 신산업, 인공지능,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유치 희망 기관 40여 곳을 선정해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특히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에너지재단 등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울산은 기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완성형 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한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동서발전 등과 연결해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 한국동서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등 5대 발전공기업의 통합 본사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정주 여건 개선이 유치 성공의 열쇠
유치전이 과열되는 가운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원칙 있는 배분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원칙 없는 쪼개기 배분을 하거나, 수도권 잔류가 합리적인 기관까지 무리하게 이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겁니다.
정치적 표심을 의식한 원칙 없는 배분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 경쟁력과 정주 여건을 기준으로 공공기관을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관이 지역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교통, 교육, 주거, 의료 등 정주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울산시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복지문화상생기금' 조성 등 파격적인 정주 인프라 지원책을 발표하며 이전 기관 임직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결국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공은 어느 지자체가 더 크게 소리치느냐가 아니라, 기관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와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