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신 중국을 겨냥한 전략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5일 공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은 기존과 확연히 다른 우선순위를 보여줬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 시절 각각 17번, 3번 언급됐던 북한은 이번 보고서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죠. 반면, 중국은 19번이나 거명되며 집중 견제 대상으로 명확히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미국의 안보 초점이 북한의 비핵화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대만 해협의 안정 유지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보고서는 대만을 둘러싼 분쟁 억제를 아시아에서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며, 이를 위해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1도련선 방어와 동맹국 부담 요구
새 전략의 핵심은 ‘제1도련선’ 방어입니다.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거쳐 믈라카해협까지 이어지는 이 가상의 선은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군사적 경계선입니다. 미국은 이 선에서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그 실행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요구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국방비 증액과 미군 기지 및 시설에 대한 접근성 확대입니다. 보고서는 동맹국들이 ‘집단 방위’를 위해 GDP 대비 더 많은 예산을 국방에 지출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촉구했는데요, 이는 한국이 이미 약속한 GDP 대비 3.5%의 국방비 지출 증액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문에서 “미국이 세계 질서를 홀로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며 동맹에 대한 부담 전가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경제·기술 분야에서의 중국 견제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가 강화됐습니다. 보고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지식재산권 도용, 핵심 자원 공급망에 대한 위협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주요 국가들이 중국 경제를 ‘가계소비 중심’으로 재조정하는 방향의 무역 정책을 채택하도록 장려했습니다. 또한 한국을 첨단 기술과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주요 파트너로 분류하며 경제·기술 협력을 강조한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는 군사 동맹과 경제 협력을 연계해 중국에 대한 포괄적인 압박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으로 읽힙니다.
향후 전망과 한국의 딜레마
이번 전략 발표는 한국에게는 복잡한 과제를 안깁니다. 미국이 북한 방어의 책임 상당 부분을 한국에 맡기고 대만 문제에 집중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인데요, 이는 한국으로 하여금 대북 억지력을 독자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압박과 동시에, 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견제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전략적 유연성’ 차원에서 중국 견제 임무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논의될 전망입니다. 한편, 보고서에서 북한이 빠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결국, 미국의 새 안보전략은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지우는 대가로 미국의 안전장치를 제공하겠다는 ‘거래주의 안보관’을 명확히 한 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