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 지나도 멈춰 있는 시간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은 보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유가족과 시민 1500~2000여 명이 모였는데요. 참석자들은 가슴에 보라색 나비 브로치를 달고 희생자 160명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행사에 앞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는 4개 종단의 추모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이슬람 신자 유가족이 쿠란을 낭독하기도 했고, 참가자들은 국화를 놓은 뒤 서울광장까지 행진했습니다. 4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2022년 10월 29일에 머물러 있습니다.
진상규명, 아직 남은 숙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은 "네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아이들의 빈자리는 단 하루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유가족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입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1년 넘게 활동했지만 구체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무대에 올라 "정부를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합동 감사에서 대응 체계 부실과 징계 미흡이 확인됐지만 유가족의 목소리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겁니다. 정부는 수사와 특조위 조사를 지원하고 추모시설 조성과 추모재단 설립도 돕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면 유가족 일부는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0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가족 35명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이란 국적 희생자의 어머니 자흐라 레자에이 씨는 "복수가 아니라 정의"를 원한다며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핼러윈, 안전은
참사가 일어난 10월의 마지막 주말이 다가오면서 서울시는 열흘간 핼러윈 특별대책을 가동합니다. 이태원과 홍대, 성수동 등에 경찰과 시청 인력 7000여 명을 투입하고 CCTV 360여 대와 드론으로 실시간 혼잡 상황을 감시하는 방식입니다.
오는 10월 29일 오전 10시 29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공식 4주기 기억식이 열립니다. 추모가 한 해의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남은 조사 과제와 재발 방지책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