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하나에 드러난 무성의함
무안국제공항 2층 외벽에 걸린 무안군의회 현수막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항 재개항 지시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이 현수막에는 대통령의 성함이 '이제명'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었는데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를 보고 강하게 반발하며, 대통령의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은 태도가 유가족의 아픔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현수막은 한성숙 국무총리의 공항 방문 일정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안군의회는 앞서 공항 재개항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이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가족 협의를 거쳐 재개항 절차를 서두르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에서조차 기본적인 이름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의회의 행정적 무성의함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치적 쌓기 논란과 예산 집행 문제
유가족협의회의 비판은 현수막 오타를 넘어섭니다. 협의회는 무안군의회가 참사 해결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공항 재개항이라는 성과를 치적으로 삼는 데만 급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배정된 예산의 대부분이 하천 정비나 도로 건설 같은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투입된 반면, 정작 유가족을 위한 생활지원비와 의료비, 자녀 돌봄 비용 등은 참사 1주기가 넘도록 전혀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예산 집행의 불균형은 유가족들의 불안과 분노를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5월 초당대학교 소속 경비행기가 해남 야산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무안군의회가 무안공항의 안전 점검이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1년 7개월이 넘는 동안 지역 의회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과 이후 남은 진상 규명 과제
논란이 확산되자 무안군의회는 현수막을 즉시 철거했습니다. 임윤택 의장은 광고업체의 실수였지만 게시 전 확인이 미흡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유가족과 긴밀히 소통하고 참사 진상 규명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가족협의회가 요구하는 것은 이름 오타에 대한 사과가 아닙니다. 무안공항 안전 대책의 직접적인 점검과 참사 악용 행태의 중단, 그리고 정부를 향한 당당한 진상 규명 촉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179명의 희생이 발생한 참사의 아픔이 여전한 가운데, 지역 의회가 보여주는 태도가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질지, 아니면 새로운 불신을 낳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