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를 내건 파병, 어디까지가 선일까
프랑스가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를 지키기 위해 군사 자산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24일 TF1과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군인과 레이더, 방어 시스템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우리는 어떠한 분쟁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며 방어 목적에 한정된 지원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미 일부 항공기가 현지에 배치돼 있고, 상황에 따라 라팔 전투기를 추가로 보낼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문제는 이 '방어'가 어디까지를 뜻하느냐입니다. 배치된 자산이 실전에서 충돌에 휘말리면 프랑스가 중동 전면전에 끌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마지막 통로
얀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사우디 원유가 유럽으로 가는 길이 홍해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를 잇는 동서횡단 송유관의 종착지가 바로 얀부입니다.
그런데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습니다. 후티는 아람코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쏟아냈고, 사우디는 미사일 6발을 요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으로 송유관이 한때 닫히기도 했습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원유와 경유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유가와 맞물린 외교적 셈법
마크롱은 같은 인터뷰에서 G7 회의를 소집해 전략비축유 방출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상황에서 회원국이 함께 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낮추자는 구상입니다. 그는 이란 정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을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양측에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국내 정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마크롱은 연료 부족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서도 비상 계획을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고, 유류세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정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EU의 아스피데스 작전이 상선을 지키는 가운데 프랑스가 육상 시설 방어까지 맡으면서, 중동 에너지 수송로를 둘러싼 유럽의 개입은 한층 넓어지는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