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의 물결에 맞선 연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 세계 좌파 성향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민주주의 수호 회의’인데요, 18일(현지 시간) 개최된 이 모임에는 멕시코,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0여 개국에서 약 6천 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극우 세력의 확산과 국제적 다자주의 질서가 훼손되는 현실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집했습니다. 회의는 산체스 총리가 “민주주의는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하며 개막했고, 다자주의와 평화 수호를 주요 의제로 삼았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반동의 물결’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극우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이들의 주장이 허구라고 단언했는데요. 룰라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며, 극우 세력이 애국자 행세를 하며 오히려 국가 주권을 훼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보다는 그의 정책과 행보를 겨냥한 발언이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은 “매일 아침 전 세계를 위협하고 전쟁을 선포하는 듯한 트윗을 보며 잠에서 깬다”고 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습니다.
쿠바 지원과 다자주의 촉구
회의에서 또 하나의 핵심 의제는 쿠바에 대한 미국의 봉쇄 정책이었습니다. 스페인, 브라질, 멕시코는 공동 성명을 통해 쿠바 국민이 겪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봉쇄 해제와 지원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를 다음 압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읽힙니다. 룰라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동시에 참석자들은 현재의 국제 기구,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 부재를 거론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이란 긴장 등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평화의 수호자’가 아닌 ‘군벌’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죠. 산체스 총리도 “끝없는 탐욕을 가진 세력”이 다자 질서를 훼손한다며 유엔 체제의 재편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강대국 중심의 일방적 행동에 대한 반발이자, 보다 평등한 국제 협력 체제를 갈구하는 목소리로 해석됩니다.
전쟁 반대와 향후 정치 지형
‘전쟁 반대’는 이번 회의 내내 반복된 슬로건이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가자지구 사태와 이란 위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무력 행사보다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스페인 영토 내 군사 기지 사용을 요구한 것도 거부한 바 있습니다. 회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진보 진영의 선거 전략과 국제 네트워크 강화를 논의하는 ‘글로벌 진보 동원’ 출범 행사와 연계되어 진행됐습니다. 소득 불평등 해소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같은 실천 과제도 함께 다뤄졌죠.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선거에서 약진하는 가운데, 이번 모임은 좌파 진영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지방선거와 헝가리 총선에서 극우 후보들이 일부 낙선한 점은 극우에 대한 견제 심리도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바르셀로나 회의가 단순한 일회성 모임이 아니라 향후 국제 진보 진영의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됩니다. 다자주의와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영향력은 아직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