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 78% 교체...향피제 전면 도입
정부가 전국 경찰 지휘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9월 1일자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14명(78%)이 바뀌었고, 전체 치안감 직위의 81%가 교체되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연고지 근무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이른바 향피제를 시도경찰청장 전원에게 적용한 것입니다.
향피제는 경찰관의 출생지와 과거 근무지 등을 고려해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인데요. 이번에 전국 시도청장 모두가 고향이나 오랜 근무지가 아닌 타 지역으로 발령 났습니다. 경찰청은 이를 통해 지역 토착 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고, 경찰 업무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주요 직위로도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 실종 사건 책임론과 문책 인사
이번 인사는 최근 경찰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격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해 책임론이 제기된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고 청장은 치안정감 승진이 유력했으나 결국 치안감 보직인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제주 실종 사건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됩니다.
반면 새로운 지휘부에는 수사 전문가들이 대거 배치되었습니다. 국가수사본부에는 수사 책임성과 현장 역량을 높이기 위해 김광식 서울 관악서장이 수사기획조정관으로, 오승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수사국장으로 각각 승진 임명되었습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주요 보직 인사도 눈에 띕니다. 김종철 경남경찰청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했고, 고범석 전남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유승렬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인천경찰청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한편 유재성 차장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인사와 함께 퇴직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경찰청장 공석 장기화...직무대행 체제 이어져
이번 인사로 경찰청장 공석 사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조지호 전 청장이 비상계엄 연루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후 비어 있습니다. 이호영 차장과 유재성 차장에 이어 이번에 김종철 신임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세 번째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김종철 직무대행은 취임 첫날 광주와 제주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높아진 국민적 불신을 언급하며 무거운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번 지휘부 재편으로 경찰청장 공석 사태도 해소될 전망입니다. 차기 청장 후보로는 김종철 차장을 비롯해 고범석 서울청장, 유승렬 인천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실 정식 임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당분간은 김종철 직무대행 중심의 지휘 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