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넘게 뛴 '취업 통행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문턱을 크게 높이는 규정안을 내놨습니다.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10월 7일 F-1 비자 소지자가 선택적 실무연수(OPT)를 신청할 때 대학에 7만 달러, 약 9,380만 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재신청 때는 3만 달러, 약 4,000만 원이 붙습니다. 기존 수수료가 470~52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00배 넘게 오르는 셈입니다.
OPT는 졸업생이 별도 취업비자 없이 1년간 전공 관련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STEM 분야는 최대 3년까지 일할 수 있어, 유학생들이 미국에 남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로 꼽혀 왔습니다.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취업허가 자체가 나오지 않는 구조라, 사실상 '취업 통행료'를 매긴 셈입니다.
부담은 결국 학생과 기업으로
규정안은 납부 의무를 학생이 아닌 학교에 지운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이 돈을 대신 물 수는 없어서, 실제로는 유학생이나 이들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등록금 수입에 기대온 대학과 숙련 인력 확보에 OPT를 활용해온 기술기업 모두 재정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DHS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OPT가 '값싼 외국인 노동력의 뒷문'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사기·남용 사례를 적발한 만큼, 학교가 추천 단계에서 더 엄격하게 심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노동자가 저임금 외국인 인력과 경쟁할 이유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게 행정부의 논리입니다.
반발과 소송 변수
대학과 기업 단체의 반응은 곱지 않습니다. 미국국제교육자협회(NAFSA) 최고경영자는 유학생 재능이 빠져나가면 혁신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가을 신규 유학생 수는 17% 줄었고, 일부 대학은 30~40% 감소했습니다. OPT가 유학의 핵심 유인인 만큼 수수료가 도입되면 감소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법적 분쟁도 변수입니다. 행정부는 올여름 4년 이상 체류를 막는 규정을 발표했다가 연방법원에서 일시 중단됐고, H-1B 비자에 10만 달러 수수료를 매기려던 시도도 무효화된 바 있습니다. 전직 이민수석고문 더그 랜드는 이번 수수료도 법원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규정안은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지만, 소송이 제기되면 시행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