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뒤흔든 'ETF 아버지'의 이례적 경고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두고 이례적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국내 최초 ETF를 탄생시킨 이른바 'ETF 아버지'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투자 중단을 권고한 것인데요. 배 대표는 자사에서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가 특히 지적한 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발생하는 '음의 복리효과'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초자산인 원주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ETF 가격은 원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6일 사이 17.9% 하락했을 때, 레버리지 상품의 실제 손실률은 47.5%에 달했습니다. 이는 단순 배수로 계산한 이론적 손실인 35.8%보다 11.7%포인트 더 큰 수치였죠.
반면 같은 기간 원주가 내렸으니 수익이 났어야 할 인버스 2배 ETF는 이론상 35.8% 수익 대신 31.1%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주가의 급등락이 반복될수록 원금이 녹아내리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배 대표는 누구도 변동성이 이 정도로 커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춰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규제 대책에도 식지 않는 과열 열기
금융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16일 긴급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기본 예탁금을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리고, 매매 단위를 20주로 제한하며, 괴리율 기준을 3%에서 2%로 강화했는데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대책 시행 첫날인 2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 16종의 거래대금은 12조 3,26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오히려 대책 발표 당일인 16일의 12조 1,674억 원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였죠.
거래대금은 늘었지만 상품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고, 기초 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각각 4.31%, 4.23% 폭락했습니다. 이 여파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면서 증시 불안정성이 커졌는데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96년 도입 이후 24년간 누적 60회이던 사이드카 발동 횟수가 2026년 한 해에만 벌써 37회에 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6월과 7월에는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꼴로 발동되는 실정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해당 상품 거래의 60%가 외국인과 기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정부 대책이 개인 투자자에게만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단계적 축소 일정과 명확한 상장폐지 로드맵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정권의 선택인가, 시장의 과오인가
이번 파문을 두고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 상품 도입을 주도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여당 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을 몰아 지수를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의도로 졸속 추진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거론되며 책임 규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2019년 라임 사태와 빗대어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이나 정권의 업과 과시를 위해 금융 규제를 무리하게 완화하고,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시장의 탐욕이나 도덕적 해이로 돌리는 '관치 금융'의 폐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김용범 실장이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때도 관여했고,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주도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 연달아 비공개 당정 협의를 진행하며 시장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당은 지난 16일 발표된 보완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뒤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외신들은 레버리지 ETF의 부작용이 국내 증시 육성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향후 정치권의 공세와 금융당국의 추가 대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