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찾은 폭염 피난민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인천국제공항이 새로운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공항에 더위를 피하려는 이른바 '공캉스족'이 몰려들고 있는데요. 이들은 공항의 넓은 공간과 시원한 냉방, 와이파이와 충전 시설까지 활용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복지관이나 동 주민센터보다 오히려 공항이 더 시원하고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항은 보안 구역 외 일반 지역이 누구에게나 개방되는 공공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편의시설 누리는 새로운 풍경
공캉스족이 인천공항을 찾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수도권 전철과 공항철도 일반열차를 무임으로 이용할 수 있어 교통비 부담이 거의 없는데요. 여기에 24시간 가동되는 냉방 시설과 깨끗한 화장실, 식수대 등 편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니 자연스럽게 발이 향하게 됩니다. 문제는 일부 이용객들이 벤치에 신발을 벗고 눕거나 돗자리를 펴고 앉아 외부 음식을 나누어 먹는 등 공공장소에서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기를 두거나 간식을 먹는 모습마저 연출되면서, 공항이 마치 피크닉 장소나 복지관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관문에서 이런 모습이 포착되면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계도 외엔 방법 없는 관리 현실
이런 행태는 다른 이용객들의 불편과 함께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항 쾌적성 저하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통센터 인근 노숙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불안감과 불쾌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인천공항공사에 접수된 노숙인 관련 민원만 21건에 달하는데, 단순 계도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공공시설의 특성상 이용 자체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현재는 벤치 취침 등에 대한 자제 요청과 계도가 전부인 상황이라 뚜렷한 제재 방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공공시설의 개방성과 이용 질서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